21세기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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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 정치의 성장과 집권 같은 강력한 도전이 있지 않는 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진심으로 수정자유주의로 전환하는 ‘대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대공황과 전쟁, 그리고 그 이후 번영기에 서구의 정치사가 보여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의 미래 대도약을 출발점은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출현이다..
기존 이념의 소진과 황폐화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공산주의
근현대의 기본적 정치경제 이념은 자유주의(보수)와 사회주의(진보)이다. 이 두 이념은 자본주의라고 하는 근현대적 경제사회 체제에 인간이 정치적으로 개입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개념 틀을 제공한다. 19세기 이래 이 두 이념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치적 기획(버전)으로 구체화되면서 서로 각축을 벌이며 두 세기에 걸친 역사 발전을 이끌어왔다.
파산한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오늘날 전세계의 이념적 지형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지난 2백년간 융성해온 정치경제적 이념의 소진과 황폐화라고 할 수 있다. 20세 초중반에 발전한 혁명적 사회주의는 1990년대 초반에 최종적으로 해체되었다. 그리고 전후 세계경제를 지배했던 수정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각각 신자유주의와 제3의 길 사회민주주의로 변신했던 바, 하지만 양자는 공히 2008년 이래 글로벌 경제위기와 대불황의 시대를 낳으면서 현재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반도의 특수 상황에서 기존 이념의 황폐화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세계무대에서 전개되는 기존 이념의 황폐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하다. 우선 북한 체제는 자위의 마지막 수단인 핵무기를 확보하여 ‘생존을 위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지켜야 할 가치, 미래의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를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체제의 생존 그 자체만을 위해 절취부심하고 있다. 이것은 이념적으로 공산주의(혁명적 사회주의)가 한반도 차원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공산주의가 경제사회적으로 경쟁력을 가졌다면, 즉 북한이 경제사회적으로 번영했더라면, 핵무기가 아닌 빈약한 재래식 무기만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북한이 지금과 같은 체제적 안보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기존 이념들은 그 역사적 생명을 다했으며 이제 완전히 새로이 혁신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단순히 물리적 시간으로서의 21세기를 넘어서, 새로운 역사적 시간으로서의 21세기를 열고자 한다면, 현재의 세계적, 한반도적 위기를 타개해 나갈 새로운 정신과 이념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적, 이념적 기획의 출발점
이념과 정치에서의 모방·학습과 추격, 혁신
서구에서 근대 이후 탄생한 모든 기존 이념들이 한반도에서도 -뒤죽박죽이기는 하지만- 적용되어 그 역사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그 결과 현재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이념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살펴보자면, 우선 자본주의적 산업화·근대화와 정치적 민주화 즉,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과제가 우여곡절의 역사 속에서 어찌되었건 상당 부분 달성되었다. 둘째로, 온전한 민족국가의 완성(통일국가)의 과제는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북한의 지리멸렬한 행태를 보건데 당분간은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산업화 및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가 후발국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듯이, 이념과 정치의 선진화 과정에서도 우리는 선진국의 경험을 활용하고 그 시행착오를 피해가면서 우리에 맞는 창조적인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진보만 홀로 변신한다고 될 일은 아니고, 보수도 변신해서 양자가 정치 무대에서 수준 높은 새로운 차원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사회민주주의 정치가 한국 정치의 대도약을 이끌 것
이 나라를 선진 복지국가, 아시아의 문명국가로 우뚝 세우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진보 정치,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 정치가 성장하고 집권하여 수십 년간 통치하여야 한다.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성장과 집권 같은 강력한 도전이 있지 않는 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진심으로 수정자유주의로 전환하는 ‘대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대공황과 전쟁, 그리고 그 이후 번영기에 서구의 정치사가 보여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의 미래 대도약을 출발점은 제대로 된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출현이다.
사회민주주의의 뿌리로 돌아가자
수준 높은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탄생과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경제와 철학, 윤리·도덕에서 견고한 정신적 토대와 자기정체성(identity)를 세워나가야 한다. 서구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정신을 배우고 익히면서, 동시에 그것을 우리 현실에 적용하여 창조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세계사적 위기와 한반도적 위기, 그리고 한국의 위기라는 3중의 위기에 직면하여 이러한 현실적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사상과 정신, 미래비전을 구상하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전략과 정책, 노선을 세워나가야 한다.
세계사의 현 국면에서 그 어떤 새로운 정치경제 이념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이념과 그 뿌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두 기본 이념을 기반으로, 그것을 21세기의 세계적 상황과 각국(우리나라)의 특수한 조건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하면서 구체화하는 정치적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오늘날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의 대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 다시금 수정 자유주의의 일부 요소들을 논의하고 있다. 사회민주주의 역시 제3의 길 사회민주주의의 대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 그 뿌리인 고전적 사회주의의 뿌리로 돌아가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21세기 사회민주주의는 20세기 사회민주주의에서 배워야 하고, 제3의 길 노선을 넘어서야 하며, 그러려면 그 뿌리인 19세기 사회주의의 기본 철학과 정치경제학, 세계관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현재의 국제 사회민주주의, 특히 제3의 길 사회민주주의로는 사회민주주의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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