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진-선-미 가운데 진(진실)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goodness)과 미(beauty)란 시공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고 주관적인 면도 있어서 보편성을 획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진이란 보편적이며 <선>과 <미>도 <진>이 없으면 길을 잃는다. 오늘은 진 자체가 아니라 진과 진을 발설하는 어떤 주체와의 관계에 관한 3가지 진실을 살펴볼까 한다.

 

첫째, 진실은 자신과 무관하다. 그래서 인격적으로 자기를 초월하지 않으면 그 어떤 천재도 진실을 발견할 수가 없다. 발견했다 해도 '내가 진리를 발견했군. 놀라운 일이야. 난 참 대단해!'라고 하지 못하고 허무를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알고보니 그 '물건'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하잘 것 없고 잠시 스쳐가는 존재인 나를 뛰어넘는 영원성이라는 속성을 지닌, 어떤 대리석처럼 차갑고 무자비한 어떤 '명령' 같은 것이라 무섭기 까지 해서 차라리 내가 그것을 알지 못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것은 애당초 내 재산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이러니 좁은 자기를 초월했건만 그 진실에 비해서는 여전히 좁은 그릇에 불과한 자신을 발견하고 절망하기 십상이다. 이것이 첫번째 진실이다.

 

둘째, 사람들은 진실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종 그것을 발설한 사람을 증오할지도 모른다. 진실은 고통이며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싶어한다. 마치 태양을 바로 보는 것이 엄청난 고통이듯이. 중요한 사실은 고통의 현실적인 이유이다. 이것이 참으로 중요한 세상의 비밀이다. 오늘 그 비밀을 말하겠다. 이른바 전문가,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돈이 되는지, 권력이 되는지에 관심이 있다.(주*참조) 권력을 침해하게되면 영 거북해진다. 이것이 두번째 진실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진리의 그림자라도 본 자들이여, 명심하라. 진리는 그냥 은유적으로, 애매하게 살짝 보이기만 하고 숨겨라. 그대의, 고독으로 인해 말라버린 목은 진리라는 마르지 않는 물이 적셔주지 않느냐."

 

셋째, 진실은 보통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는 이해되지 못하고 그 효과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이해될 뿐이다. 진실이 눈앞에 다가와 자기 입의 빵이 되면 그 때 비로소 관심을 가진다. 멋진 진실을 발견하여 이것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면 금방이라도 수백만명이 환호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이만 저만 착각이 아니다. 지행합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행이 없으면, 그래서 그 효과가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으면 대중은 믿지 않는다. 이것이 세번째 진실이다. 

 

주*:버나드쇼가 들려주는 한가지 이야기를 보자.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의 위성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고 교황과 바티칸을 설득하는데는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은 단순하고 무식한 대중을 통치해야 했고 그러려면 성경에 나오는 유치한 일화가 신이 직접 쓴 절대불변의 진리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다. 여호수아가 전투에서 이길 때까지 태양을 멈춰 서게 했다는 그런 일화 말이다. 교황이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의 말에 동조를 하여 여호수아 이야기는 말이 안되고 누군가 지어낸 말이라는 것을 인정해 버리면 기독교계가 무법천지의 혼돈 속에서 붕괴될 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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