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카지노, 경마 등 도박산업의 세계적인 규모가 2005년에 약 1조6000억 달러라고 하니 세계GDP의 약 3%가 되는 거대 규모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도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그 규모는 더욱 증대하고 있는 것같다.
로또는 복권의 하나로 과거 국민은행이 사업을 했다가 지금은 나눔로또라는 주식회사가 정부허가로 시행하고 있다. 전체 판매액의 42%가 복권기금으로 들어가고 이것은 서민 임대주택, 문화예술지원, 복지사업에 사용된다고 한다.
필자가 영국 살 때 토요일 오후 시간은 이상한 열기로 넘치는 것을 보았다. 토요일 쇼핑하면서 로또 한장을 사서 저녁시간에 진행하는 로또 당첨자 중개방송으로 온통 가슴이 설레는 사람들 말이다. 주말에 쉬면서 그야말로 '쪼으는 맛'을 즐길 생각을 하니 쇼핑할 때부터 약간 설레고 외국인인 나에게도 은근히 그 분위기가 전달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로또가 시행된 이래 유사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요즈음은 한장에 천원으로 내려가서 1등 당첨자의 수가 확률적으로 증가하여 과거보다 당첨자 1인에 돌아가는 당첨금이 작아진 관계로 열기가 좀 덜하다고는 한다. 동네 편의점에 가서 만나는 사람들을 용무별로 본다면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담배사는 사람, 음료수 사는 사람 다음으로 로또 사러 온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같다. 물론 이들은 그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로또를 사지는 않고 누가 볼까 약간 꺼리면서 사는 것 같다.
도박은 범죄로 다스리면서 왜 로또 같은 사실상 '도박'은 정부가 스스로 조직하고 감독하는 것인가? 버나드쇼가 요즈음 태어났다면 이런 문제를 그냥 지나칠 리 없으니 나도 한번 거론하고자 한다.
대개 도박 중에도 노름, 카지노같이 정보를 이용하여 예측을 하면서 어느 쪽에 돈을 거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빠져드는 경향, 중독경향이 크다. 주식투자도 일종의 도박이고 수많은 사람이 주식'게임'에 중독된 것이 오늘날 현상이다. 주식같은 경우는 노력하면 뭔가 행운이 자기 쪽으로 올거라고 믿음을 가지게 하는 특성이 있다. 경제학자가 연구해보니 주가는 random walk(술취한 사람의 걸어가는 모습)을 아주 닮았다는 보고가 압도적이다. 결국 확률게임이라는 거다. 모든 도박은 결국은 확률게임이건만 주식, 카드놀이 같은 경우는 고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면 나도 고수가 되어 돈 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또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노력에 비례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로또란 이런 요인, 즉 개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완전히 제거한 그야말로 <순수 확률게임>이다. 예측을 해주는 사이트도 있고 어디 가서 사면 잘 당첨되더라하는 소문도 돌지만 그런 것을 진짜로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렇게 되면 습관적으로 로또를 사는 문제는 있을지 모르나 시간을 탕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화투놀이, 증권투자로 패가망신했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로또로 그렇게 되었다는 뉴스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행충동도 만족시키고 그 돈 모아서 좋은 일도 하면 일거양득이 되니 정부에서 나서서 하는 사업이 될 법도 하다.
로또라는 게임은 <순수 확률게임>이라고 했다. 이것을 오늘날 왜 국가가 나서서 조직하는가? 나는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힐링의 국가적 조직화라고 생각한다. 자, 보자. <시장사회>에서 태어난 우리들은 성공을 향한 질주의 당위성을 태어나면서부터 주입받는다. 성공은 강박이 되어 우리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 험하며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만 가는 길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이 피곤한 길을 기약도 없이 한없이 갈 것이 아니라 단번에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없나하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런데 모두가 '한방'에 성공한다는 것은 성공의 본래 정의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우리는 가장 앞선 소수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니 모두가 앞장설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이렇게 하기로 결심한다.
"자, 십시일반 천원씩 내자. 그 돈을 제비뽑기 방식으로 이 중에 단 몇명에게 몰아주어 우리끼리 성공한 사람을 만들어 내자."
그러면 뭐 달라지나? 아주 달라진다. 전에 없는 심리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게 뭔데? 바로 인생역전의 가능성이다. 내가 당첨되면 더 없이 좋지만 남이 되어도 좋다. 다음 번에 나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으니까. 이제 죽어라 해도 안될 것 같은 현실에 하나의 희망이 생긴 것이다. 희망이 아주 없는 것과 이런 실날 것은 희망이 있는 것은 무한대의 차이가 있다. 0.00001÷0=∞(무한대)이니까. 다음 기사를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되리라!
http://www.lottorich.co.kr/event/landing/asiaetextE.html?xad=imad5
2000년대 들어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국가가 부추겨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도박판을 만들었고 이것이 파국을 맞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불안정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것에 비하면 로또는 차라리 깨끗한 인민통제의 방법, 힐링 방법이다.
그러나 도박은 마약이 가진 일시적인 힐링효과만을 발생시킬 뿐이므로 국가는 마약이 아니라 진짜 약을 줄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진짜 약이란 복지국가이며, 시장을 넘어선 생활의 영역을 넓혀 도박충동을 줄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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